2015년 4월 28일 화요일

[애기들 데리고 지하철로 어린이대공원을 가다] - 유모차 지하철 여행기

오늘은 정말 년중 하루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좋은 날씨에 외출하기에 적당한 기온 (섭씨 20도), 게다가 황사나, 미세먼지가 없는 정말 청정한 날이었기 때문에 도저히 집에 있을수 없었다. 게다가 오늘은 평소 차를 가지고 이동하던 것과는 다르게 순수하게 대중교통만으로 이동하는 약간은 무모한(?) 도전을 해 보기로 했다. 서울살면서 좋다는게 뭐냐...대중교통 아니겠느냐는 나름의 지론을 따라 분명 집에서 지하철로 목적지 까지 가는데 큰 문제 없을것이다..라고 가정하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길을 떠났다.

오늘의 목적지는 다름아닌 .. '어린이 대공원' !! 두둥~
이런 좋은 날에 동물원을 안가면 언제 가겠냐며...또 애들한테 동물들 보여주기로 약속까지 한지라, 안갈 수가 없었다. 문제는 차를 안가져 가기 때문에 우리집인 송파구 문정동에서 어린이대공원까지 이동하려면 지하철로 두번을 갈아 타는 수고를 해야 했기에...남들이 보면 두번갈아타는게 뭐 그리 대수냐 할지 모르지만, 애 둘 있는 집이 지하철을 두번 갈아탄다는건 해 본 사람만이 공감할 수 있는 일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지옥같은 하루였다. 왠만하면 도전해 보지 말아주기를 권하는 바이다. 몇가지로 이유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서울지하철, 애기 유모차 데리고 타기 힘든 이유

1. 지하철 공기가 애기들에게 매우 좋지 않다.(지금 둘째 계속 콜록거리며 기침중...)
2. 서울 메트로(1~4호선)와 서울 도시철도(5~8호선)간 환승시 승강기 환승이 원활하지 않다.
3. 승강기 이용인원이 너무 많아 위험하다.(사지멀쩡해 보이는 사람도 다 승강기를 이용함)

자..그럼 구체적으로 사진과 함께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다.

우선 오늘의 도전 '송파구에서 어린이대공원까지 지하철로 가보기', 코스는 다음과 같다.
▲총 연장 11.2km, 이용 지하철 8호선, 2호선, 7호선

일단 문정동에서 문정역까지는 근린공원으로 도보로 이동, 8호선 문정역에서 잠실까지 이동하고, 2호선으로 환승해서 건대입구까지 이동, 7호선 환승하여 한정거장 이동하여 어린이 대공원까지 가는 코스가 되겠다. 물론 한번에 가는 버스가 있긴 하지만, 버스로 유모차를 가지고 이동하는게 어렵기 때문에, 열차를 이용하여 이동하는 것으로 했다. 

우선 8호선 문정역에서 잠실역까지 이동은 큰 문제가 없었다. 기본적으로 지상에서 개찰구까지 승강기로 이동하고 개찰구에서는 직원이 나와서 친절하게 게이트를 열어주셔서, 입장하고 다시 승강장까지 승강기로 이동하여 쉽게 탑승 할 수 있었다. 굿~을 외치고 잠실에 도착했다.

잠실에서는 아무래도 서울도시철도인 8호선과 서울메트로인 2호선간 역간 간격이 있어서 그런지, 이동거리가 상당히 멀게 느껴졌다. 그리고 특이한 점은 8호선에서 환승통로로 이동하기 전에 승강장에서 이용하는 승강기 앞에 개찰구 역할을 하는 게이트단말기가 있다는 점. 여기서 많은 사람이 무임승차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함께 승강기를 이용하시는 분들중 상당수가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 이긴 했지만, 그외에 젊은 아주머니들이 많으셨는데, 단말기에 카드테그를 제대로 하지 않으셨다. 국가 유공자나, 나이 65세 이상 노인들 같진 않으셨는데, 의심이 되는 부분이었다.

어쨋든, 그건 이번 글의 논점은 아니니까...그리고 일단 8호선에서 2호선으로 이동하는 긴~~통로를 지나서, 2호선 개찰구 앞에서 또 카드테그를 하고 게이트를 열고 유모차를 밀어 넣는 순간 왠 아저씨가 우리 뒤로 버졋이 같이 들어오는 것이었다. 참 황당하고 얄미운 짓거리를 일삼는 기성세대를 볼때, 참 자녀들한테 부끄럽지도 않은지..화가 났다. 어쨋든 2호선에서는 개찰구를 통과하면 바로 앞에 승강기로 승강장까지 이동이 가능했다. 

 ▲2호선 유모차 거치공간

요즘 자전거나 유모차, 휠체어 사용량이 늘어서인지, 예전에 노약자석이 거치공간으로 많이 바뀌어서 이용이 편리한 부분이 있었다. 사실 유모차 두대를 끌고 지하철에 승차하면 유모차를 마땅히 세워둘 곳이 없었어서 서로 불편한 점이 있었는데, 이점은 잘 한것 같다.

 ▲주말이든 주중이든 항상 붐비는 2호선

▲건대입구역 승강기 환승 시스템

문제는 지금부터다. 어린이대공원을 가려면 건대입구에서 7호선으로 환승해야 한다. 예전에도 익히 알고 있듯이, 2호선은 지상 3층 높이에서 정차하고, 7호선은 지하 3층 깊이에서 정차하기 때문에, 거의 6층 높이를 내려가야 한다. 그래서 과연 여기는 승강기가 어떻게 연결될까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참 어이가 없었다. 일단 지상 2층으로 연결되는 승강기를 타고 내려와서 7호선 방향으로 이동했는데, 더이상 지하로 내려가는 승강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 안내센터에 문의했더니, 내려온 승강기 반대방향으로 좀 더 가보면 외부로 이어진 지상 1층으로 나가게 되며 거기서 다시 7호선 출구로 이동해서 거기서 승강기를 타고 내려가야 한다는 것이다. 

▲어이없는 건대입구역 유모차 환승 시스템

2호선 승강장을 나가서 완전 외부로 무려 300m이상을 그것도 양호한 보도환경이 아닌, 우툴불퉁한 보도를 따라 횡단보도를 두번이나 건너서야 건대입구역 엘리베이터까지 이동이 가능한 어이없는 시스템..만약 비라도 오면 유모차 끌고 우산들고 붐비는 건대거리 사람들을 헤집고 차들이 쌩쌩 지나다니는 도로를 두번이나 건너서 과연 안전하게 7호선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

 ▲2호선 에서 지상으로 내려가는 승강기

 ▲카드 태그 하지 않는 것 까지는 좋은데, 외부로 이동해야 한다는건 누구 아이디어 이신지...

 ▲건대입구역에서 시키는 데로, 승강기를 타고 나오면 이런 광경이 펼쳐진다.

▲그냥 밖이다..환승통로가 아니라

 ▲열심이 횡단보도 건너는 중..

 ▲두번째 횡단보도 건너는 중..


▲드디어 도착한 건대입구역 3번 출구..
근데 여기서 또 고민이..이 승강기를 타고 지하철에 내려가서 또 붐비는 게이트를 통과하고 지하철까지 탑승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요될까, 불과 한정거장만 더 가면 되는 것을..

▲건대입구역에서 어린이대공원 역까지 거리: 800m

거리를 재어보니 불과 800미터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럼 솔직이 말해서 유모차를 끌고 도보로 12분 거리면 복잡하게 환승승강기 두번이나 타고 내려가서 붐비는 지하철을 타고 다시 승강기 두번이나 타고 지상으로 올라오느니, 차라리 12분 유모차 끌고 그냥 산보삼아 도보로 이동하는게 낫겠다 싶었다.

▲건대앞 보행길

보행자가 많아서 유모차통행이 용이하지는 않았음. 또 간혹 담배라도 태우시는 분이 있으면, 무호흡으로 지나가야 하기 때문에 고행길이 될 수도 있다. 실제 아직도 길거리 흡연을 즐기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

 ▲사람들이 한적해 지기 시작하자 시작된 오르막길..

건대입구에서 어린이대공원까지 이어진 길에 위치한 언덕은 예상치 못했던 복병이었다. 언덕이 상당히 길다.

 ▲힘겹게 도착한 어린이 대공원역


 ▲사거리를 건너 한참을 더 와야 도착하는 1번 출구


 ▲드디어 도착한 어린이대공원 정문

건대입구역에서 어린이 대공원까지 도보로 약 20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사실 지하철을 탔다면 조금 시간은 더 단축하겠지만, 아마 입장도 하기전에 녹초가 되어 버렸을 것이다. 그럼 왜 건대입구역은 2호선과 7호선이 휠체어 탄 사람이나 유모차를 끌고 온 사람이 꼭 외부로 나갔다가 다시 7호선 입구로 다시 들어가야 하도록 설계가 되었을까...아마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간 설계 협의시 의사소통 미흡에서 발생한 문제가 아닐까 싶다..기술적으로 고려했다면, 아마, 2호선 운행중 7호선 설계시 2호선 2층에서 7호선까지 이동가능한 승강기를 설치했어야 했다.(만약 수직적으로 만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대입구 역에서 처럼 경사승강기를 설치 했다면 문제가 해결 될수 있었을 것이다).

아무튼, 이런점 뿐만 아니라, 지하철 내 공기질 문제라든지, 철저한 승강기 이용객 통제의 부재 등으로 인한, 무분별한 승강기 이용 등으로 애 키우는 아빠 입장에서 지하철로 서울을 여행하는 것은 그다지 선호할 만한 일은 아니라는 것을 뼈져리게 느낀 하루였다. 혹시 도시철도 관계자께서 이 글을 보신다면, 한번쯤 개선을 고려해 보심이 어떨지 말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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